한국의 성전환 부사관 강제 전역 사건에 주요 외신들도 주목했다. 외신들은 “남성으로 입대한 변희수(22) 하사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여군으로서 복무를 희망했지만 강제로 전역하게 된 사례가 한국 사회의 보수적 성향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22일(현지시간) 변 하사의 강제 전역 사실을 전하며 한국에서 성소수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육군 6군단 5기갑여단 소속인 변 하사는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한 뒤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변 하사가 성기를 제거한 점을 들어 ‘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한 뒤 강제 전역 결정을 내렸다. 군인사법 제37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전역심사위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변 하사는 군 복귀를 위한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을 예고한 상황이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측면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NYT도 “현역 군인이 군 위원회에 회부돼 성전환 수술 이후 복무 적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변 하사의 케이스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 특히 군대에서 성소수자들이 종종 맞닥뜨리는 달갑지 않은 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BBC도 “한국은 성정체성 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사건이 보수적인 한국에서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킨 점을 주목했다. CNN은 “한국은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보다 엄격한 징병법을 갖고 있다”며 “국방부의 결정이 향후 성소수자 군인들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사안이 성소수자들이 한국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전했다. 일본 NHK방송도 “한국에서는 (육군의 강제 전역 결정에) 이해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트랜스젠더 군인 관련 법률이나 규정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타임은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법률이 없다”며 “(한국) 육군은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전역시킬 수 있는 법률 조항을 인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구 언론들은 대부분 변 하사를 ‘그녀(she)’ 혹은 여성을 뜻하는 ‘Ms’(~부인, 씨)로 지칭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