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이 있는 산모는 산전, 산후에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높다는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홍배 교수팀과 서울아산병원 공동 연구팀은 2010~2019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총 15편의 관찰역학 연구에서 총 3300만여명에 달하는 산모들의 자료를 종합 분석해 빈혈과 산모 우울증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 논문을 국제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최신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조사결과 빈혈을 가진 산모는 없는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성이 53% 높았다. 산모 우울증을 산전과 산후로 나눠 분석했을 때도 빈혈은 각각 36%, 53% 높은 우울증 위험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27일 “빈혈과 산모 우울증이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다만 생물학적 기전에서 빈혈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분 결핍이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대사를 방해함으로써 산모 우울증을 가져온다는 가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철분은 감정 반응과 연관 있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합성에도 보조역할을 하므로, 빈혈이 산모 우울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산부 우울증은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흡연 및 영양 부족으로 인한 불충분한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우울증은 조산, 저체중, 태아 성장제한 같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 우울증의 위험 요인 관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빈혈 중 어떤 특정 종류에 한해 산모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빈혈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면 발병 위험과 연관이 생기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동시에 빈혈 상태가 개선됐을 때 산모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지 향후 연구의 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