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2개월 앞둔 다음 달 중순까지 보수·중도 표심을 겨냥한 통합신당 창당이 추진된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맥을 못 춘 보수정당이 지지층을 넓혀 총선 승리를 끌어내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이정표만 제시된 통합열차가 종착지까지 순조롭게 운행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보수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2월 16일 또는 17일에 통합신당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담은 로드맵을 22일 발표했다. 통합 참여 세력을 오는 31일까지 확정한 뒤 다음 달부터 창당 준비에 들어간다는 로드맵이다. 전당대회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혁통위는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른 뒤 통합신당의 공식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합은 의무”라며 “총선 압승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당 의석은 108석인데 보수통합으로 전체 300석 중 개헌이 가능한 200석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혁통위에 합류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황 대표와 만나 중도층을 규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원 지사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신당은 집단지도체제 성격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황 대표가 (대표직보다) 더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는 헌신의 자세를 갖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새보수당과 한국당 간 통합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합당이 과연 이기는 전략이냐는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합당 대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통합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현재 한국당보다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신당 출현 시 정당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한 결과 신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5.1%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36.6%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신당을 선택지에 넣지 않았을 때는 민주당이 40.1%, 한국당이 32.1%, 새보수당이 3.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 조사는 지난 20~2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수진영은 신당이 창당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리얼미터가 ‘가칭 통합보수신당’이라는 당명까지 써 가며 조사한 것은 통합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반발했다. 신당을 지지하느냐, 지지하지 않느냐로 문항을 구성했어야 정확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통합이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낼 수 있는지는 적어도 당명이 정해지고 지도체제가 정해진 뒤에 알 수 있다”며 “조사 시점이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결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총선 직전 지지율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tbs 라디오에서 “나뉘었던 보수 정당들이 원상회복되는 것이어서 지금보다는 위력이 훨씬 세진다고 봐야 한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우리와 차이가 미세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내 전략통 의원도 “보수 통합이 진행되면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보수 정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심희정 김나래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