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 앞서던 선두그룹… 맑은 날 갑작스런 눈사태에 파묻혀”

입력 2020-01-23 04:08
실종자 4명과 함께 트레킹에 나섰던 교사가 22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코스에서 실종된 교사들을 덮친 눈사태는 뒤따라오던 일행보다 불과 6m 앞에서 벌어졌다. 맑은 날씨에 안심하고 산비탈을 내려오던 교사들을 순식간에 휩쓸어버린 것이다.

충남도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네팔3팀 소속 수석교사 A씨는 22일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가진 간략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사고현장에서 안전하게 구조된 네팔3팀 교사 5명과 함께 이날 새벽 귀국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저는 고산병 증세가 심해져 데우랄리 산장에서 먼저 내려와 롯지 산장에 있었지만 사고상황은 교사들로부터 충분히 전해 듣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고 하루 전인 지난 16일 트레킹을 위해 데우랄리 산장에 도착했지만,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너무 많은 눈이 내려 교사회의를 소집했다”면서 “봉사일정이 있으니 다음 날 아침 일찍 하산하자는 의견이 대다수라 그렇게 결정하고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날 아침에는 눈이 다 그치고 매우 맑은 날씨였다”면서 “새벽에는 별도 보일 정도로 하늘도 청명해 전혀 눈사태가 나리라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실종된 교사 4명을 포함한 봉사단 10명은 17일 오전 일찍 데우랄리 산장을 나서 아래쪽 롯지 산장으로 가기 위해 두 팀으로 나눠 하산을 시작했다. 네팔인 안내인 1명과 교사 4명이 앞장서고, 나머지 교사 6명 등은 6m 정도 떨어져 걸었다. A씨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많이 두지는 않았지만 후미그룹 앞에 있던 분들은 (선두그룹과) 6m 정도 떨어져 있었고, 뒤에 있는 분들은 9m 정도였다”고 전했다. 트레킹코스가 비탈길에 매우 좁아 줄지어 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 수색작업이 지속되며 상당수의 유류품이 발견된 것 같다고도 부연했다. A교사는 “현지 주민들이 그 지역을 정말 잘 안다”며 “그분들과 어제도 (수색)하고 상당한 유류품을 발견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동료들도 같이 못 온 이런 상황에서 여기에 서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며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귀국한 교사들은 매우 지친 기색을 보이며 대부분 인터뷰를 사양했다. 2명은 공항에서 바로 귀가했고, 4명은 충남의 한 병원에서 심리검사 등이 포함된 1차 검진을 받았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22일 드론을 띄워 촬영한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사고현장. 트레킹코스(빨간 선)가 눈으로 두껍게 덮여 있다. 엄홍길 대장 제공

한편 수색 4일 차인 21일에도 실종자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실종자 흔적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색 도중 눈이 내리는 등 날씨마저 계속 변하고 있어서다. 사고현장에는 눈이 3m가량 쌓여 있고 얼음까지 얼어 수색 인력의 이동마저 제한된 실정이다. 수색대는 쌓인 눈을 파헤치는 작업에 돌입했다. 사고지점까지 걸어가 눈과 얼음을 퍼내며 실종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지금까진 헬리콥터에 탄 채 사고지점을 탐지하는 데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현장에는 3.6m 높이의 눈이 쌓인 상태라 구조 작업엔 여러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주네팔대사, 현지 경찰서장·주민수색대장 등과 함께 사고지점에 물을 흘려보내 눈을 녹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