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심판 첫날 13시간 공방… 볼턴 증인 채택 불발

입력 2020-01-23 04: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심판이 시작된 21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연단 앞에 나와 개회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미 역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탄핵심판 첫날은 규칙과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13시간 만에 끝났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핵심 증인 채택 등 민주당의 수정안을 11번이나 거부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증인 채택도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 언론들은 미 상원이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탄핵심판 운영방안을 담은 결의안을 53대 47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탄핵심판은 22일까지 13시간 동안 이어져 민주당이 제안한 11개 개정안이 모두 부결된 뒤에야 끝났다.

양당은 탄핵심판 첫날 탄핵규칙과 증인채택을 둘러싼 기 싸움을 벌였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초안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초안은 하원 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각각 이틀에 걸쳐 24시간을 변론할 수 있도록 하고, 하원의 증거는 투표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최대한 탄핵심판을 일찍 끝내려는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상원 심판은 매일 오후 1시에 열리도록 예정된 만큼 시간을 끌면 자정을 넘기게 돼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새벽 2시나 3시까지 (변론이) 이어지게 해 미국인들이 못 보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자 매코널 원내대표는 안을 수정해 3일간 하루 8시간씩 변론할 수 있도록 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요구를 번번이 좌초시키며 힘을 과시했다. 민주당은 탄핵심판 수정안을 11개나 제출했지만 모두 반대 53, 찬성 47로 부결됐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다. 철저한 정파투표가 이뤄진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멍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물인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채택도 무산됐다. 민주당은 수정안에서 그를 증인으로 채택는 안을 제출했지만 공화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백악관·국무부·국방부·예산국의 기록을 요구한 수정안,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증인으로 소환하도록 한 수정안도 부결됐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대통령 경선 후보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그들이 진정 공정한 탄핵 심판을 원한다면 왜 증거를 숨기는 건가?”라고 썼다.

CNN은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새로운 증인 채택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볼턴과 멀베이니가 상원에서 증언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도 “증언 허용 여부는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에둘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양측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자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질책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투표한다”고 비난하자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창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로지 내들러 당신 뿐”이라고 받아쳤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고 일갈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