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 뒤로하고 영면… 신동빈 “아버지는 따뜻했던 가장”

입력 2020-01-23 04:07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 등 유족들이 22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치러진 노제 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정을 들고 선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향년 99세로 별세한 재계 마지막 1세대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2일 엄수됐다. 신 명예회장을 태운 운구차량은 영결식 후 필생의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지나 고향으로 향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버지는 우리나라를 많이 사랑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일가족,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그룹 임원진 등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거행됐다. 신 전 부회장의 아들 정열씨가 영정사진을, 신 회장의 아들 유열씨가 위패를 들고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뒤이어 신 명예회장의 자녀인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나란히 콘서트홀에 들어섰다.

신 회장은 이날 “아버지는 우리나라를 많이 사랑했다. 타지에서 고난과 역경 끝에 성공을 거두셨을 때도 조국을 먼저 떠올렸다”며 “기업이 조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했다. 그런 아버지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고인의 가정적인 모습도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는 따뜻한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많은 고생과 시련을 겪으셨다”며 “가족들을 위한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을 보면서 저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배웠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은 말년에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에 이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여론 비판이 이어지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신 전 부회장도 “아버지는 자신의 분신인 롯데그룹 직원들과 고객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오셨다”면서 “생전에 베풀어주신 정에 거듭 감사드리며 선친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고인 약력 소개와 함께 시작됐다. 이어 명예장례위원장을 맡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했다. 이 전 총리는 “더 많은 사업을 일으키려면 유통이 발전해야 한다며 한발 앞서 유통산업의 씨앗을 심었고 기초산업이 튼튼해야 한다며 화학 사업을 세웠다”고 말했다. 추도사가 끝나자 신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과 생전 모습이 담긴 5분짜리 영상이 나왔다.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꿈인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지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추도사 후에는 롯데그룹 임직원의 헌화가 이어졌다. 신 명예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를 시작으로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나란히 헌화했다. 신 명예회장을 태운 운구차량은 고향인 울산 울주군 선영으로 향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