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노총 강경 치달으면 신뢰·실익 다 잃게 될 것

입력 2020-01-23 04:02
지난 21일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강성 지도부가 당선돼 노사정 관계에 몰고 올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동명 신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반대 투쟁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양대 지침 폐기 투쟁을 주도했고, 이동호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해 사상 처음 우정노조 총파업 선언을 이끌었다. 두 사람의 당선은 지난해 민주노총에 조합원수가 역전돼 제1노총 자리를 내준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맺고 있는 정책협약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당선 직후엔 직무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시도 중단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행 노조로 달려가 “현안 해결 순간까지 노조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상대적으로 온건·실리 노선을 걸어 온 한국노총이 강성, 투쟁 기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노총마저 강경 투쟁 노선으로 돌아선다면 노동현장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는 성장률 하락, 저출산과 고령화 및 양극화 심화 등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노사정이 공동운명체임을 자각하고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정부와 경영계도 노동자들의 합리적인 요구에 귀 기울여야겠지만 노조도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명성 경쟁은 노사 공멸을 부르고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은 얻어야 더 많은 실리를 챙길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걸 한국노총 지도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노조 조직도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사업장 중심에서 중소기업,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계층으로 과감하게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돼야 국민들도 지지할 것이다. 대통령 직속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해 노동 현안 해결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그게 한국노총이 사회적 신뢰는 물론이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