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활주로가 너무 짧은 대구국제공항과 소음 피해가 심각한 대구 군(軍)공항이 함께 이전할 두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는 절차였다. 투표율과 찬성률을 합산한 점수에서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의 접경 부지(89점)가 경쟁 상대인 군위군 우보면(78점)을 앞섰다. 이제 의성군수와 군위군수가 함께 국방부 장관에게 비안·소보면의 공항 유치 신청을 해야 하는데, 김영만 군위군수가 우보면의 유치신청서를 전격 제출해버렸다. 군위군 단독 유치를 위해 투표 결과에 불복한 것이다. 김 군수가 비안·소보면 공동 유치 신청에 불참하면 군공항이전특별법 규정에 따라 이 부지는 더 높은 점수를 얻고도 탈락할 수 있다. 주민투표를 통한 선정 방식은 군위·의성군 주민이 100명씩 참가한 시민참여단에서 합숙토론을 벌여 결정한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장들도 합의했던 사안이다. 김 군수는 내 지역의 이익을 위해 게임의 룰을 대놓고 부정했다. 이 시대의 중요한 가치인 공정(公正)을 팽개쳤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지역사회 지도자가 갈등을 생산하고 부추기고 있다. 이런 행태가 용납돼선 안 된다.
군위군수의 투표 결과 불복은 해묵은 신공항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됐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부산의 가덕도와 대구·경북이 선호하는 경남 밀양을 후보지에 올렸지만 서로 유치하려는 양측의 갈등이 첨예해지며 2011년 백지화됐다.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에 나선 박근혜정부도 지역 갈등을 조정하지 못해 이쪽도 저쪽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을 택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대구의 민간공항과 공군기지를 함께 이전하는 통합신공항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부산시가 김해공항 확장 대신 가덕도 신공항을 다시 밀어붙이자 대구·경북에서 “우리도 어서 신공항을 갖자”는 목소리가 커지며 급물살을 타서 주민투표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영남권 신공항 구상은 부산과 대구·경북의 ‘각자 신공항’으로 갈라졌고, 갈라진 신공항도 부지 선정 과정에서 군위군과 의성군의 비방전과 고소·고발전으로 얼룩졌다. 이런 갈등을 조정해낼 리더십의 부재 탓에 우리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사설] 군위군수의 신공항 투표 불복, 용납돼선 안 된다
입력 2020-01-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