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기적… 370g 초극소 저체중 출생 ‘소망이’ 집에서 설 보낸다

입력 2020-01-23 04:06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소망이가 지난해 7월 강원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아래 사진은 태어난 지 148일째 건강을 회복한 소망이 모습. 원주세브란스병원 제공

370g 초극소 저체중으로 세상에 태어난 ‘소망이’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에서 22일 체중 3.5㎏의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소망이는 지난해 7월 27일 엄마 뱃속에서 갑자기 움직이지 않아 강원도 태백시에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의료진은 아기와 산모 모두 위험한 상태로 판단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소망이는 임신 24주 3일 만에 키 25㎝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측정한 중증도 점수가 3점(만점 10점)에 불과할 만큼 생명이 위태로워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미숙아는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호흡기관, 심혈관 기관, 소화기관, 면역 등이 약해 각종 합병증에 취약하다.

소망이는 너무 작아 주삿바늘조차도 삽입이 어려웠다. 몇 방울의 약물로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사액을 소수점 2자리까지 정교하게 맞춰야 했다. 언제 쇼크에 빠질지 몰라 의료진 3~4명이 24시간 옆에 머물며 소망이를 돌봐왔다.

생후 일주일 만에 발생한 기흉으로 가슴관을 삽입하고 호흡곤란 증후군, 폐동맥고혈압 등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했다. 패혈성 쇼크와 부신기능저하로 강심제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퇴원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탈장 전신마취 수술을 받는 등 어려운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소망이는 국내에서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가 생존해 퇴원한 아기 중 몸무게가 3번째로 작게 출생한 아기다. 의료계는 400g 미만의 아기가 생존하는 것 자체를 기적으로 여긴다. 주치의 이병국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생존가능성이 1%도 안 되던 소망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게 된 건 의료진 역할도 있지만, 소망이 부모님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망이 체중은 3.5㎏으로 태어났을 때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스스로 호흡을 잘하고 엄마를 보며 웃으면서 분유도 먹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 엄마 김성혜씨는 “퇴원해서 집에 간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의료진의 밤낮없는 정성과 보살핌 덕분에 소망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게 됐다”고 했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