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정부의 GDP 기여도 75% 달해
설비투자 등 성장동력은 빈사 상태
재정 투입 한계에… 정책 반성해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정부 들어 크게 떨어진 잠재성장률(2.4~2.5%)보다도 한참 아래다. 그렇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의 반등, 분배의 개선, 성장률 2% 유지 등 국민 경제를 대표하는 3대 지표에서 나름 차선의 선방을 끌어냈다”고 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1%대 성장률을 면한 데 대한 안도감이 커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평가와 진단은 바로 해야 한다. 지난해 연간 지출항목별 GDP 성장기여도를 보면 정부 기여도가 2.0% 중 1.5%다. GDP 성장률의 75%다. 민간은 0.5%에 불과하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대부분이 정부 재정 덕분이라는 얘기다. 분기별(전년 동기대비)로 보면 더 심각하다. 정부의 GDP 성장기여도는 2분기 90%, 3분기 80%, 4분기 86%로 1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80%를 넘었다. 민간부문의 지리멸렬은 설비투자가 대변한다.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는 0.3%포인트 감소해 2018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줄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1년 전(2.8%)보다 크게 둔화한 1.9%에 그쳤다. 민간의 성장동력은 사실상 꺼졌고, 정부 예산 투입으로 겨우 경제가 굴러가고 있다. ‘재정 주도 성장’이 딱 맞는다. 외부로부터의 급격한 충격이 없는 때에 이렇게 성장동력이 급락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정책 방향을 겸허하게 재평가하는 게 정부의 도리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적반하장에 가깝다. 반성하기는커녕 ‘선방했다’고 큰소리다.
한국은행은 2019년 성장률을 지난해 초 2.6%로 전망했다가 네 차례나 낮췄다.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서다. 경제전망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대실패’에서 배울 법도 하건만 정부는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인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이달부터 수출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일까지 통계를 보면 이달 수출도 전년 동기대비 감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석 달 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세계 경제에 아직 전환의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화수분처럼 퍼붓는 재정도 올해를 고비로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과 선거용 통계 윤색에 빠진 사이 한국 경제의 골든 타임이 끝나가고 있다.
[사설] 재정으로 만든 2% 성장… 경제 낙관론 펼 때 아니다
입력 2020-01-2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