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과 과소비 권하는 시대에 살아남는 법

입력 2020-01-23 00:05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가정마다 힘겹게 짊어진 가계 부채 문제다.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지난해 전체 가계 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체 인구를 5000만명으로 잡았을 때 1인당 부채가 3000만원이 넘는다는 말이다. 더욱 큰 문제는 매년 갚아야 할 빚이 자기가 거둬들이는 연간소득보다 많은 개인 채무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크리스천이 여기에 속해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분기를 기준으로 연령대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따져봤는데, 60대 이상이 연평균 9.9%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7.6%, 40대 이하가 3.3%, 50대가 4.4%인 것을 고려하면 60대 증가율이 유독 두드러진다. 60대 이상의 1인당 대출 금액은 7900만원에 달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들어서면서 노후준비를 위해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 빚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문제는 은퇴세대인 60대 이상은 채무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향후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가 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조치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돈 빌리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이나 생활비 등에 쓰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는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개인들의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고 돈을 빌려준 것도 문제다.

우려스러운 것은 불투명한 경기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금리인상 등의 경제 여건 변화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결국에는 개인 부도 사태가 나고 소비도 줄어 국내 경기가 위축되는 등 경제적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사태가 계속되면 한국교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은행과 카드사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려 할 때는 미소를 지으며 천사의 얼굴을 한다. 하지만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원리금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악마의 얼굴로 돌변한다. 원금과 이자가 회수되지 않는 경우 어느 선이 되면 가차 없이 담보물을 회수해 간다.

특히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집값이 내려갈 때는 단호해진다. 은행은 이자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곧바로 경매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한 가정이 대출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된다. 집을 무리해서 사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업이든 가정이든 여유자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보통 사업하는 사람은 1년 치를, 개인의 경우 6개월간 소득 없이도 지낼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비용이 전체 소득의 20~30%를 넘어선 안 된다.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면 반드시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약간의 금액이라도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부채를 줄여가는 재미를 가져야지, 원금을 그대로 유지하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 못지않게 요행을 바라는 잘못된 자세다.

크리스천은 과소비 풍조, 그 속에서 대출과 카드사용을 적극 권하는 세태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반드시 다른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우리는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처럼 땀 흘리며 꾸준히 경제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고 인생의 말년이 좋아질 것이다. 재물의 일부를 주변에 나누는 플로잉도 해야 한다. 그게 나그네 의식을 지닌 성도의 바른 자세다.

크리스천은 절대로 무리하게 빚을 져선 안 된다. 돈을 자칫 잘못 빌리면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돈이 주는 압박은 무엇보다 크다. 그래서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악의 뿌리라고 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두 근검절약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돈 앞에 당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옛날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빌립보 교회를 비롯한 초대교회 성도들을 향해 간절히 권면했던 것처럼 어떤 형편에 처하든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크리스천이 되자.

조용근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