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추진 중인 초·중·고 모의선거 교육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시교육청 주도의 모의선거 교육이 학교 정치화 등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선관위와 협의를 거쳐 모의선거 교육 준비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4월 총선에는 고3 학생 중 14만명가량이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사진) 서울시교육감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쟁점이 된 모의선거 교육의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선관위와 협의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의 실천 등을 위해 총선에 맞춰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모의선거 대상 학교는 희망의사를 밝힌 초·중·고 40곳이다. 시교육청은 다음 달까지 교육자료 제작 및 교원 사전교육을 진행하고, 각 학교는 모의선거 교육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모의선거 관련 교육은 3, 4월 중 학교별로 실시된다. 학생들은 실제 총선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고 토론한 뒤 모의 투·개표를 하게 된다.
문제는 모의선거 등을 교육 당국이 주도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교육 당국이나 교육공무원이 사업을 주관하는 것은 ‘특수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모의선거 진행 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새로운 법 테두리 안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내 모의선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때 각각 6만명, 4만5000명의 청소년과 모의선거를, 징검다리 교육공동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13개 학교를 대상으로 모의선거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시교육청이 꾸린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추진단’과 협력해 올해 총선 모의선거도 위탁 실시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시민단체와 시·도교육청 등 공공기관의 모의선거 교육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60조는 교사가 교육적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의 선거의 자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교육단체의 입장도 엇갈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이 시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늘어나야 한다. 교육 당국은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모의선거 교육을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특정 교사나 단체의 정치 성향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청은 향후 선관위에 모의선거 교육의 취지를 설명하고 교육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