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이 연일 총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남성 중진 의원이 내리 다선에 성공한 지역구 등 이기기 쉽지 않은 곳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역구 생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 초선 의원들의 ‘험지 도전기’ 결과가 주목된다.
현 20대 국회 지역구의 여성 의원 비율은 10%대에 불과하다. 비례대표 초선 여성 의원이 지역구 재선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당내 경선이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21일 인천 미추홀갑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 지역은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도 친박 핵심인 김재원(3선,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과 맞붙는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이 6선을 한 경기 안양동안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험지 도전자들도 눈에 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안양동안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리 5선을 한 곳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한 번도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곳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한선교 한국당 의원이 4선을 한 경기 용인병에 출마한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보수 텃밭인 서울 서초을에서 박성중 한국당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경기 화성갑에서 9선 저지에 나선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도 민주당 소속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선을 했던 경기 고양정에서 지역구 표심을 다지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뺏겼던 지역구 탈환에 나선 한국당 의원들도 있다. 김순례 의원은 민주당의 김병욱(초선, 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 김승희 의원은 황희(초선, 서울 양천갑) 의원과 경쟁한다. 윤종필 한국당 의원은 김병관(초선, 성남 분당갑) 의원에게 도전한다.
그동안 여성 비례대표 초선 의원의 국회 생환 성적은 저조했다. 민주당에서 20대 국회에 지역구에서 재선한 이들은 한정애(서울 강서병), 진선미(서울 강동갑), 남인순(서울 송파병) 의원이다. 지역구는 국회 의정 활동과는 또 다른 자질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은 비례 의원이라 해도 지역구에선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비례대표였던 배재정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구에 단수공천 됐지만 장제원 한국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전현희(서울 강남을) 의원은 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들어와 19대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탈락했다가 20대 때 생환에 성공했다. 한국당 19대 비례대표 여성 의원 중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살아 돌아온 경우는 없다.
여야 각 당마다 여성 정치인 육성의 필요성은 강조하지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많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성에게 주는 공천 가산점마저 불공정하다고 보는 시선이 당내에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성 의무공천 30%’ 약속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에 그치다보니,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여성은 번번이 뒤로 밀리는 현실이다.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는 “지역구도 선뜻 내주지 않아 싸움꾼 역할하는 얼굴마담 정도만 살아남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여성 공천 30%를 입법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선거보조금 감액 등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