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일 하루에만 77명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중국 내 환자 수는 300명에 육박했고,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태국 일본 한국에 이어 호주와 필리핀에서도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또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대거 감염되면서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 보건 당국은 뒤늦게 예방·통제 강화 조치와 각종 행사 취소 등 전염병 확산 차단에 나섰다.
21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가 총 29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일 하루에만 우한에서 60명 등 후베이성 72명, 상하이 2명, 베이징 3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20일까지 중국에서는 우한 258명 등 후베이성 270명, 베이징 5명, 광둥성 14명, 상하이 2명까지 291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동방망 등 중국 매체들은 이날 베이징과 가까운 톈진에서도 확진자 2명이 나왔고 대만에서도 우한에서 입국한 대만 여성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하는 등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 또 광둥성 4명, 상하이 7명, 저장성 10명 등 9개 성에서 의심환자가 추가 보고됐다.
우한에서는 리모(66)씨와 인모(48·여)씨가 사망해 총 사망자 수는 6명으로 늘었다. 아울러 우한 의료진 15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또 다른 1명은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건 당국은 밝혔다.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됨에 따라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 고위급 전문가 팀장이자 중국공정원 원사인 중난산은 전날 밤 CCTV에 출연해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되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한 폐렴에 걸린 의료진이 환자 1명으로부터 감염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중난산 원사는 우한 폐렴이 우한 화난수산시장의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난수산시장에서는 도축된 야생동물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사스의 규모를 밝히는 데 기여한 호흡기 전문가인 중난산 원사는 “이번 춘제(春節·설) 연휴에 감염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슈퍼 감염자가 출현하지 못하도록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우한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남성이 폐렴 의심 증세를 보여 격리 조치됐고, 우한에서 필리핀 세부로 입국한 5세 어린이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지난 17∼20일 중국에서 필리핀 칼리보시로 입국한 중국인 3명도 발열, 기침 등의 증세를 보여 격리됐다. 이에 따라 2002년 말 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병해 37개국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우한 폐렴을 법정 전염병 을(乙)류에 포함하고 최고 단계인 갑(甲)류 전염병에 준해 예방·통제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은 “현재 상황에서는 우한에 될 수 있으면 가지 말아야 하고, 또 우한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가능하면 외부로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며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지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