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결정한 호르무즈해협 파병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려 한·미동맹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칼자루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동맹 기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파병이 방위비 협상이나 지금 추진하고 있는 남북 협력 문제와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명백하게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호르무즈 파병 문제가 방위비 협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실제 SMA 협상 테이블에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파병 결정으로 한국 정부가 SMA 협상에서 내밀 카드가 추가된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동맹으로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해 파병 결정을 내린 만큼 동맹에의 기여를 인정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개의 사안이더라도 미국의 요구를 한국이 수용한 모양새여서 SMA 협상이 돌파구를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정부가 SMA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이 직접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파병 결정인 건 맞다”며 “전반적인 협상 분위기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호르무즈 파병의 기여도를 금액으로 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설명대로 파병 결정이 SMA 협상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관료들이 한국의 파병에 따른 동맹 기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