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 ‘하위 20% 명단’을 두고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고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 22명에게 개별 통보하기로 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명단 공개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비공개를 강조한 지도부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공천관리위원인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을 갖고 “하위 20% 해당자에 대해 오는 28일 공관위원장이 개별적으로 통보키로 했다”며 “통보가 이뤄지면 48시간 이내에 이의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초 설 연휴 전 통보가 예상됐으나 이날 회의에서 경선 참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설 연휴 직후에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하위 20% 평가자에 대해 공천 배제(컷오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경선 시 감산 20%’를 적용한다. 당사자로선 아예 불출마하거나 불이익을 감내하고 경선에 나설지 정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평가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명단에 포함된 상당수가 중진 의원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 평가에서 중진들이 초·재선보다 뒤처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은 지역구에서 오랜 활동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닦은 경우가 많다.
한 전략통 의원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경우 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공관위의 비공개 방침에도 불구하고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에선 전날부터 ‘하위 20% 포함 명단’이라는 카카오톡 글이 돌았다. 명단에 포함된 12명은 초선부터 중진까지 다양했다. 또 지역별로도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영남 등 고루 포진돼 한눈에 보기에 그럴싸해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의 핵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누군가 의도를 갖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비문재인계’ 의원들 솎아내기용이란 얘기다. 명단에 올라 있는 한 의원은 “안 그래도 (선거 준비 하느라) 심란한데 악의적으로 이런 일까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당에서 공식 명단을 발표하지 않는 한 이런 허위 명단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는 “중진 의원과 신인이 맞붙은 지역구에서 신인 후보가 ‘중진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돼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퍼뜨리며 선거운동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런 경우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