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 있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새 수장의 정체가 드러났다. 미군 작전으로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살된 지 석 달여 만이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서구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아미르 무함마드 압둘 라흐만 알미울리 알살비(사진)가 숨진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IS는 지난해 10월 말 알바그다디 사망 직후 그의 후계자로 아부 이브라힘 알하셰미 알쿠라이시라는 이름을 공표했지만 정보기관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가명이었다. 영국 정보기관은 이후 추적을 거쳐 그의 실체를 파악했다.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알살비는 알바그다디와 함께 IS를 세운 인물로 이라크 북서부 국경도시 탈아파르에서 태어났다. 투르크메니스탄계로 IS 지도부 인사 중에는 드물게 비(非)아랍계다. 이라크 모술대에서 이슬람법인 샤리아 해석 관련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슬람법학자로서 IS 테러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교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가디언은 알살비에 대해 “강경 성향의 베테랑 전사이자 동시에 IS 조직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이론가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알살비는 IS가 이라크 내 소수 종파인 야지디족을 학살하고 성노예로 만드는 것이 샤리아에 부합한다는 종교적 판결을 내려 악명을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같은 논리로 이라크 내 기독교도들의 주 거주지인 니네베 평원 파괴 행위도 정당화했다. 그의 행방은 알려진 바 없지만 정보 당국은 모술 서부 산간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S 지도부 다수는 여전히 IS의 이라크 거점지였던 모술 인근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알바그다디 사살작전 전 알살비와 다른 두 명의 IS 조직원에 대해 이미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어놓은 상태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앞장섰던 미국과 이란이 갈등에 휘말린 틈을 타 IS가 다시 세력 규합을 꾀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IS는 지난해 12월 20~26일 알바그다디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106건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알살비의 형제 아델 살비가 터키에서 ‘투르크멘 이라크 전선’이라는 정당 대표로 활동하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알살비가 IS 우두머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그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두 조직 간 연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