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산하 기관 경영에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노동자이사제’를 도입한다. 부산시는 산하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노동 존중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자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비상임이사로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시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면 기관의 투명성·책임성·공익성·민주성이 높아져 결국 공공기관의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자의 현장경험이 기관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됨으로써 노사 간의 이해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노동자 이사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다. 서울 인천 광주 경기도가 시행 중이다. 경남과 울산은 준비 중이다. 관련 상위법이 없어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을 참조해 시·도마다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 ‘공공기관 노동자이사’는 임기 2년의 무보수직이다. 기본 사업계획, 중요규정 제·개정 등에 참여한다. 8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1년 이상 재직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뒤 직원 투표를 거쳐 두 명을 시장에게 추천하면 시장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한다. 이사는 사용자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원이라면 조합에서 탈퇴한 뒤 공개모집에 응해야 한다.
정원 100명 이상인 기관은 노동자이사제를 의무도입해야 한다.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부산관광공사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등과 출연기관인 부산의료원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신용보증재단 부산테크노파크 등 9개 기관이 의무도입 대상이다. 시는 각 기관의 내부 규정을 개정해 올해 상반기부터 노동자이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나머지 16개 기관은 재량에 맡겼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노동자이사의 경영정보와 전문성 부족으로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도출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노동조합들은 위원장의 역할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이사가 위원장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조합원의 이사 참여 여부도 숙제라고 지적했다.
조유장 부산시 재정혁신담당관은 “공공기관의 서비스 질을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