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청와대의 특별감찰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현 정권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청탁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권력 핵심 여러 명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상대로 감찰 무마를 청탁했다.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담당 비서관에게 여러 차례 감찰 중단을 청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국 민정수석에게 “참여정부 인사들이 유재수가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전달했다. 백 비서관은 “정권 초기에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물론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유 국장의 청탁을 받고 백 비서관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이들이 내세운 청탁의 명분은 대한민국 국정을 새로 떠맡은 정권 실세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나 엄중한 청렴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가깝다거나 함께 고생했으니 봐주자는 연고주의이자 자기들의 비리이니 덮자는 진영논리다. 전 정권의 적폐에 대한 검찰과 사법부의 단죄가 한창인 가운데 ‘적폐 청산’의 기치를 올린 집권 세력이 자신의 치부에 대해서는 조용히 덮자고 회유한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이런 압박 속에 감찰을 중단한 조 수석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는 대목에 이르면 기시감이 든다. 비위 연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는 상황에서도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인사를 밀어붙였던 조국 사태다. 검찰 개혁이든 금융권 장악이든 목표가 옳다면 다소간 흠결은 무시할 수 있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 법치주의에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고, 수단과 절차 역시 법과 양심과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이런저런 목표를 위해 어떤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은 검증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진의가 제 식구 감싸기임을 입증하기도 어려워 끝없는 논란만 양산한다. 그러니 올바른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사설] 유재수 살리려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청탁했다니
입력 2020-01-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