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e스포츠계에서 몸 담았던 오경식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 그룹장이 13여년 만에 업계와 작별했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이 컴캐스트와 조인트벤처 ‘T1’을 설립하면서 SK 스포츠마케팅을 총괄해온 오 그룹장은 T1 단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2007년 T1 사무국장으로 처음 e스포츠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18년 1월 임원으로 승진해 단장이 됐고, 지난해 5월에는 SK 나이츠(농구) 단장을 겸임했다.
오 그룹장은 “e스포츠에는 아쉬움과 보람이 교차하는 그런 소회가 있다”면서 “오랜 시간 업계에 있었던 입장에서 e스포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T1이 한국 e스포츠에 큰 족적을 남겼다. 회사 차원에서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것은 보람되다”고 웃었다.
오 그룹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9년 8월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우승과 2015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꼽았다. 2015년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을 회상한 그는 “그때 T1은 최고 전성기였다. 그래서인지 현지 관중이 상대 팀(쿠 타이거즈)을 한 목소리로 응원하더라.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우승해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2016년 스타크래프트 팀 해체가 결정된 뒤 서울 화곡동의 한 식당에서 선수들과 마지막 식사를 했을 때가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라는 첨언도 했다.
다른 프로 스포츠 업무를 겸임해온 오 그룹장은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e스포츠와 오프라인 스포츠는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건데 근본적인 베이스는 똑같다.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충분히 경기력이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틀은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에 있을 때는 못 느꼈는데 한 발 떨어져 있으니 한국 e스포츠가 위기라는 게 보인다. 게임사, 협회, 선수, 게임단 등 e스포츠 주체들이 제각각 자기 살길만 찾고 있다. 정말 큰 위기가 한번 오지 않겠나 싶다”고 우려했다. 그는 “e스포츠 내 이해 당사자가 한 목소리로 사명감을 가지고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애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