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세습, 국민정서상 납득 어렵다” 김해영, 문희상 아들 공개 비판

입력 2020-01-21 04:04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김해영 최고위원(앞줄 왼쪽부터) 등이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위해 국회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이 20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경기 의정부갑 예비후보자의 ‘공천 세습’ 논란에 대해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 지도부 일원이 문 후보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 등 지지층 이탈을 유발했던 ‘불공정의 덫’에 더 이상 걸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일본과 달리 정치권력 대물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청년기구 의장으로서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인 지역에서, 그 다음 임기에 바로 자녀가 같은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아버지(문 의장)가 6차례 당선된 지역구인 의정부갑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자유한국당과 진중권 전 교수 등으로부터 ‘아빠 찬스’를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최근 민주당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대상에 포함시켜 문 후보자의 이 지역 공천을 사실상 재고해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내에서는 문 후보자의 지역구 세습 논란을 선거의 판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세습 논란은 휘발성이 매우 강한 이슈”라고 했다. 이런 논란에도 문 후보자는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 후보자가 다른 경쟁자들과 출발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지역위원장인 지역에서 자녀가 주요 직책을 맡았다면 실질적으로 당내 다른 인물과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아버지의 후광으로 권력 대물림을 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지만 문 후보자처럼 현역 의원인 아버지의 지역구를 곧바로 물려받은 사례는 드물다.

김 최고위원의 비판은 여권이 불공정 문제에 휘말렸다가 곤욕을 치른 경험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공정’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공정의 역습’으로 자주 흔들렸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 조국 사태 등에서 20, 30세대의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닥치며 지지율 이탈을 경험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의 세습 논란은 여권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아들을 의정부에서 문 의장의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전입시켜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시킨 사실도 이날 확인돼 ‘아빠 찬스’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