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실종 네팔 사고현장서 ‘금속 반응’… 집중 수색 예정

입력 2020-01-21 04:04
네팔 안나푸르나 인근 트레킹 코스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의 가족들이 20일 헬리콥터를 타고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한국인 실종자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신호가 탐지됐다고 밝혔다. 엄 대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 헬리콥터가 금속탐지 장비를 활용해 수색작업을 하던 중 신호가 감지됐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A4 용지 크기의 이 기계는 지뢰탐지기처럼 공중에서 눈속의 금속에 반응한다. 눈속에 묻힌 실종자의 휴대전화나 시계 등을 탐지할 수 있다. 엄 대장은 “사고 지점에 헬리콥터를 낮게 띄워 탐지했는데 깜빡거리는 신호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팔 구조대는 이 기계를 한 대 보유하고 있으며 20일에도 이를 이용해 현장 수색을 벌였다. 일단 신호가 잡히면 구조대는 해당 지역에 색깔 표식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후 지상의 여러 구조대가 표식 부위를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사고 지역에서는 실종자의 옷으로 추정되는 재킷도 한 점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에 오른 엄 대장은 직접 헬리콥터를 타고 사고 지점을 살펴봤다. 엄 대장은 수색 장비를 점검한 뒤 사고 지점으로 다시 가서 드론을 띄울 예정이다.

앞서 지난 17일 충남도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소속 교사 4명이 안나푸르나 데우랄리(해발 3230m)에서 하산하던 중 네팔인 가이드 2명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다른 그룹 소속 네팔인 가이드 1명도 함께 실종됐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충남도교육청 해외봉사단의 운영상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봉사단 출국 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나서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충남도교육청은 20일 지난 7일 출국한 네팔1팀의 경우 당초 14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13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출국 전 개인 사정으로 1명이 빠졌음에도 귀국 하루 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교육계에선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일정 변경 후 사후보고’ 체계로 봉사단이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은 봉사활동에 앞서 계획서를 심의받고 활동이 끝난 뒤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 교원이 직접 지원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 교육 장소 선정 및 세부 프로그램을 교사들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일정도 교사들의 자율성에 우선을 두고 운영된다. 하지만 일정 확인이 쉽지 않을 경우 봉사단에 대한 안전 대책은 미흡해질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위급 상황 발생 시 도교육청 차원의 실시간 대응이 어려워진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