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상 방치돼온 서울 영등포 ‘쪽방촌’이 주상복합아파트·공공임대주택 1200호로 재개발된다. 임대주택을 지어 기존 쪽방촌 주민을 이주시킨 뒤 남은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지어 민간분양 하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재개발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남은 전국 쪽방촌 8곳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개발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일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쪽방촌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총 1만㎡에 이르는 영등포 쪽방촌을 철거하고 새 주택을 공급한다. 기존 쪽방촌 재개발 계획과 달리 기존 주민의 이주대책을 포함했다.
주상복합·오피스텔은 민간분양 주택 600호, 공공임대주택은 기존 주민용 영구임대주택 370호,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로 구성된다. 정부는 내년 지구계획수립 및 토지보상,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지하철1호선 영등포역 서쪽과 맞닿은 영등포동4가 일대를 말한다. 1970년대초 여인숙이 밀집했다가 낙후되면서 빈곤층의 주거지로 전락했다.
쪽방촌 북쪽길 건너 집창촌은 이번 재개발 대상에서 빠졌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집창촌은) 권리관계가 복잡해 추진하지 못했다”며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은 공공임대주택을 먼저 지은 뒤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는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재개발 단지 동편의 기존 건축물 일부를 리모델링해 쪽방촌 주민의 임시 거처로 활용한다. 이후 쪽방촌 서편을 철거한 뒤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쪽방촌 주민들을 받는다.
임시거처로 활용한 동편 건축물들은 쪽방촌 주민 이주 후 철거하고 택지를 민간에 분양한다. 민간에서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을 지은 뒤 주택을 분양하면 사업이 마무리된다. 정부는 토지 보상,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2980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쪽방촌 재개발은 영등포역 주변 재개발사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영등포역 주변은 지난해 영중로 노점정비부터 올해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 내년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 2024년 신안산선 개통이 예정돼 있다. 국토부는 “영등포구가 서남권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환경도 개선될 예정이다. 쪽방촌 주민이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면 기존 쪽방(0.5~2평)보다 2~3배 넓은 공간(4.84평)에서 현 임대료(평균 22만원)의 20% 수준의 임대료(보증금 161만원, 월세 3만2000원)를 내고 살 수 있게 된다. 쪽방 주민들의 자활·취업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도 영구임대주택 건물에 함께 들어선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에는 360여명이 평균 22만원의 임대료를 내며 살고 있다. 단열, 단음, 난방, 위생상태가 열악하고 화재 범죄 등의 위험에 상시 노출된다. 쪽방은 6.6㎡ 이내 부엌,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곳을 말한다. 세입자는 보증금없이 월세(또는 일세)를 지불하는데, 3.3㎡ 당 월세는 강남 고급주택 수준과 맞먹는다. 영등포를 포함해 전국에는 10개의 쪽방촌이 남아 있다.
정부는 남은 쪽방촌 또한 단계적으로 재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5개의 쪽방촌이 남아 있는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된 돈의동 쪽방촌을 뺀 서울역·남대문·창신동 쪽방촌을 영등포 쪽방촌처럼 재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