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정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임 이낙연 총리와도 주례회동을 해왔다. 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해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은 대통령 독단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전 총리가 ‘힘 있는 책임총리’로 평가받으며 별다른 마찰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가 주례회동이다.
내용이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던 주례회동이 정 총리 취임 이후 달라졌다. 청와대가 내용을 브리핑한 것이다. 정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책임총리의 역할을 기대하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부가 미진한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못지않게 총리의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독총리’나 ‘의전총리’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정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했다. 그 다음 내세운 게 혁신과 소통이다. 이 명제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관건은 어떻게 실현하느냐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저절로 될 리 없다. 과감한 행동이 수반될 때 혁신도 이뤄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진다. 타다 같은 혁신기업의 기를 살리지는 못할망정 꺾어서는 백년하청이다. 소통 또한 마찬가지다. 20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20대 국회 협치가 잘못됐다고 응답했을 만큼 협치의 부재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고질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야당을 협치의 장으로 유도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야당을 탓하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보는 반추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 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능동형 총리가 아닌 청와대만 바라보는 예스맨이 되어서는 정 총리가 취임사에서 밝힌 청사진은 한낱 희망고문일 뿐이다. 헌법이 부여한 책임과 권한에 따라 아닌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면전에서 ‘아니다’고 할 수 있는 총리가 돼야 한다. 이 하나만 분명하게 해도 책임총리 소리를 듣는 데 부족함이 없다.
[사설] 책임총리 되기 위한 丁총리의 최소 필요조건
입력 2020-01-2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