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팀과 친정부 검사들 갈등 폭발…
정권 수사 무마하는 중간간부 인사는 국민이 원하는 개혁 아냐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낸 1·8 검찰 고위직 인사 이후 내부 갈등이 ‘항명’ 사태로 폭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한 선임연구관이 새로 부임한 직속상관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고성을 지르며 치받았다. 지난 18일 밤 대검 과장급 간부 상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심 부장이 이틀 전인 16일 윤 총장 주재 회의에서 ‘유재수 감찰 중단 사건’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장관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주장한 것을 두고 직속 부하가 격렬히 항의한 것이다. 상명하복의 위계가 엄격한 검찰 조직에서 이 같은 상갓집 항명은 초유의 일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한 지붕 두 가족 격인 대검 간부진의 내분이 그대로 표출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일 입장문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며 검찰 간부들을 질타했다. 추 장관 지적대로 상갓집 추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청와대와 법무부가 제공했다. 인사로 윤석열 사단을 공중분해시키고 대검 주요 보직에 심 부장 등 ‘친정부 검사’들을 배치하면서 결국 사달이 났다. 심 부장이 조 전 장관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내부 회의에서 무혐의 의견을 내 서울동부지검 수사팀과 갈등을 빚은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윤 총장이 수사팀 의견을 존중해 불구속 기소로 결론냈지만 이 과정에서 심 부장은 정권 입장을 대변하기로 한 듯 무리한 주장을 했다. 앞서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는데 어떻게 무혐의를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1·8 인사가 정권 수사 무마·방해용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현 정권은 그것도 모자라 20일 검찰인사위원회 개최에 이어 21일 검찰 직제개편안의 국무회의 통과 이후 중간간부 인사를 강행해 정권비리 수사팀을 대거 물갈이할 태세다. 특히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추적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서 해체가 급선무일 게다. 윤 총장이 최근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들을 전원 유임시켜 달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이 또한 수용 가능성은 미지수다. 오히려 상갓집 사태를 꼬투리 잡아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여지가 없지 않다. 이게 현실화되면 검찰 내분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권이 검찰을 난도질하고 있는데 이게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아니다.
[사설] ‘상갓집 항명’으로 두 쪽 난 대검… 정권이 원하는 것인가
입력 2020-01-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