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중요한 해인 2020년에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있다. 바로 ‘하나 됨의 여정’이다. 정치와 사회, 종교적으로 하나 됨은 올해 가장 주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4월 총선에서 소위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대격돌을 벌이게 된다. 여기서 범보수 진영의 연합이 선거 판도를 바꿀 주요한 변수라고들 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공학적인 조작적 연합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하나 됨은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각 정파가 자신들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하나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적이 있었던가. 사회적인 분열상은 정치권만큼이나 심각하다. 어쩌면 더 심하다고도 할 수 있다. 소위 촛불과 태극기를 든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갈라진 홍해만큼이나 크다. 지역 빈부 이념 세대 간 분열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 됨을 외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하나 됨은 이상에 그치고 있다. 다른 종교는 차치하고 기독교계의 분열과 분리 현상은 심각하다. 연합의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주일마다 “거룩한 공교회를 믿사오니”라고 기도하고 있지만, 한국교회에서 공교회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각자도생하고 있다.
심지어 이웃 교회가 망해 사라져도 관심이 없다. 이웃 교회 사정을 알지도 못하며 그 교회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지도 않는다. 물론 그러지 않은 교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교회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기독교계 내의 보수와 진보, 복음주의와 은사주의, 교단과 교파 간에 쳐진 막들은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
결국 정치와 사회, 종교적으로 우리는 분열돼 있다. 이것은 아쉽지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더 하나 됨을 외쳐야 한다. 특별히 크리스천들은 하나 됨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하나 됨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간절한 소망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이 땅을 떠나기 전에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어서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여 주십시오.”(요 17:21)
우리의 하나 됨은 예수님의 소원이다. 누가 이 소원을 이뤄드릴 것인가. 이런 소원을 지닌 예수님이 이 땅의 대립하는 진영 가운데 어느 한 진영에만 계실 리 없다. 우리의 중보자이신 그분은 분명히 갈라진 틈 사이에 서실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진영을 박차고 나와 하나 됨의 대열에 서야 한다.
사실 연합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 않는 교회 지도자들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연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각자 부둥켜안고 있는 ‘소중한’ 사역들 때문일지 모른다. 하나 됨을 위해선 서로가 지닌 것을 내려놓으며 상대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각자의 사역이 너무나 중요하기에 그것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하나가 되지 못한다. 예수님의 소원이 우리의 하나 됨이라면 사탄의 소원은 우리의 분열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소원을 이루며 살고 있는가.
모두가 2020년은 정치적, 영적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해라고 말한다. 이 중요한 해에 우리가 하나 됨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자녀 세대들은 더욱 강고해진 분열의 틀 속에 살면서 예수님의 소원 대신 사탄의 소원이 이뤄지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먼 훗날 갈기갈기 찢긴 교회와 이 땅의 모습을 보고 우리 자녀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당신들은 왜 그렇게 나뉘었어요.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었던 2020년에 왜 하나가 되지 못했느냐고요.”
다시 하나 됨의 깃발을 올리자. 세상이 핏발 선 눈으로 배제와 분열을 외치더라도 크리스천들은 거기에 휩쓸리지 말자. 단호히 일어서서 예수님의 소원인 하나 됨의 여정을 걸어 나가자. 그래서 세상으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다는 사실을 믿게 하자.
이태형(기록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