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검사냐”… ‘조국 무혐의’ 주장 상관에 공개 항의

입력 2020-01-20 04:02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이 지난 18일 한 검찰 간부 장인상 빈소에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심 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혐의라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고 크게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 수사 지휘라인 ‘찍어내기’ 논란 이후 새로 부임한 직속 상관이 기존 반부패강력부의 수사 내용을 부정하자 공개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완전히 공개된 곳에서 벌떡 일어서서 한 작심 발언이었다”며 “수사 방해와 외압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는 반응이 나왔다.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 18일 밤 대검 간부의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다른 테이블을 두고 앉아 있던 심 부장을 향해 이같이 발언했다. 당시 자리에는 심 부장 외에도 검사장급 간부들이 있었고, 양 선임연구관과 함께 일하는 중간간부급 검사들도 있었다. 양 선임연구관은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크게 말했다.

양 선임연구관이 발언을 쏟아낸 뒤 장내는 소란해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양 선임연구관을 일단 밖으로 내보냈는데, 이후에도 조 전 장관 수사를 둘러싼 대화는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검사들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 부장은 별다른 말 없이 검사들의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 부장은 이후 소란이 가라앉자 자리를 떴다.

양 선임연구관은 일선 검찰청의 반부패 수사 상황을 모두 보고받는 검사로, 직속 상관이 심 부장이다. 반부패강력부의 선임연구관이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날 선 말을 쏟아낸 것은 현 정권 수사와 관련해 지휘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의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해 왔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행위 등을 묶어 재판에 넘겼고, 심 부장의 부임 이후인 지난 17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도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 부장은 서울동부지검의 조 전 장관 기소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수사를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 선임연구관을 포함한 수사팀의 의견은 정반대였고, 실제 조 전 장관은 기소됐다. 한 참석자는 “완전히 공개된 곳에서 벌떡 일어나 작심발언을 한 것”이라며 “심 부장이 외압을 미치기 위해 새로 왔다는 의미로 말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수사팀 교체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나는 나대로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심 부장은 국민일보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양 선임연구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3부장(현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일하며 ‘적폐 수사’를 했던 인물이다. 20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시작으로 곧 단행되는 고검검사급(차장검사·부장검사) 승진 및 전보 인사에서는 양 선임연구관 등 정권 실세들을 겨냥해온 중간간부급 검사들의 교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부장검사)들을 전원 유임시켜 달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 중간간부들은 지난 10~13일 모두 ‘부서 이동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사장급 고위간부들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윤 총장 체제의 안정성·연속성을 위해 자신들의 유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반부패강력부장 등 윤 총장의 검사장급 참모진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중간간부들의 추가적인 이동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단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의 ‘물갈이’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주요 수사에 대한 업무 연속성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사 실무를 맡아온 일선 청에서도 “지난해 7월 간부 인사가 단행된 뒤 6개월 만에 인사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인사를 통한 ‘정권 수사’ 검사 솎아내기는 정치검찰 논란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 같은 대검의 중간간부 유임 등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윗선에서 인사와 관련한 어떤 의견이 오가는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윤 총장의 중간간부급 보좌진, 조 전 장관 수사팀 등 주요 수사 담당자들 교체 향방은 20일 검찰 인사위원회가 지나야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지난 8일처럼 검찰 인사위원회가 열린 당일 인사이동 내역이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검찰 직제개편 추진 절차가 인사와 함께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