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첫 행선지는 광주… ‘호남 돌풍’ 다시 일으킬까

입력 2020-01-20 04:02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 후 첫 행선지를 호남으로 정했다. 안 전 대표는 20일 국립현충원 참배 이후 곧바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다. 과거 지지 기반인 호남의 민심을 얻어 정계 복귀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은 ‘안철수 돌풍’으로 호남 지역구 28석 중 23석을 가져온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호남에서 여당의 지지율이 꽤 높고, 과거 국민의당 세력도 분열돼 있어 예전만큼 지지세를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 첫 행보를 하는 이유는 이곳에서 정계 복귀의 탄탄한 주춧돌을 만들려는 계산에서다. 안 전 대표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신 분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호남을 염두에 두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더욱 간절해졌다. 7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바람을 다시 가슴에 깊이 담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입국 직후 큰절로 인사한 안 전 대표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남은 안 전 대표가 처음 정치를 했을 때부터 마음껏 해보라고 지지를 보내주신 곳”이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안 전 대표가 그 마음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향후 안 전 대표 행보의 걸림돌이다. 지난 17일 발표된 호남 지역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한국갤럽 1월 3주차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안 전 대표는 1%의 지지를 받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지지율이 46%인 것에 비교해 매우 저조한 수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2%)에게도 밀린다. 게다가 호남에서 과거 국민의당의 영광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함께했던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호남 지지율을 합쳐도 3%에 불과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66%의 압도적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안 전 대표가 4·15 총선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굉장히 낮아져서 새로운 것도, 위협적인 것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국민의당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5·18 묘역에 가서 호남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평화당과 모두 함께해야 한다. 호남 민심은 통합하자는 것”이라며 “예전의 국민의당 세력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도 광주에 먼저 내려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대안신당은 안 전 대표의 호남 공략 행보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장정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금의환향이 아닌 돌아온 탕자”라며 “실패한 정치인 안철수의 귀국에 관심을 쏟는 상황이 뜨악하다”고 비판했다. 대안신당 의원들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자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반기를 들고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용현 이가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