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사진)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정치권 복귀 일성으로 ‘신당 창당, 총선 불출마’를 밝혔다. 보수통합 논의를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두고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하며 기존 정치권과 확실한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가 제3지대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4·15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정치권 전반이 요동칠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하고 현 정부와 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입국 직후 큰절로 인사한 그는 “대한민국 문제의 기저에는 현 정권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형 정치, 과거지향적이고 무능한 국정 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며 “그 반대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며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려는 야당들이 있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창당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 목표는 이번 국회가 실용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채워지게 하는 것”이라며 “저는 출마하지 않는다. 간절하게 대한민국이 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신당 창당의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을 만나 상의 드리려고 한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전체주의” “국정 운영 폭주”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여당은 진영논리의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가지 생각으로 몰아가고, 한 가지 생각만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 운영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 가짜 민주주의의 등장과 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기반으로 세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신당 창당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녹색 돌풍’을 재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진영 대결과 일대일 구도로 가는 건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길이다. 정부·여당은 그러면 아주 쉽게 이긴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각 당이 혁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넓히면 일대일보다 합이 더 큰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손학규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뿐 아니라 당 자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안철수계 의원들뿐 아니라 손학규계 임재훈 의원이 마중을 나왔다.
보수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기존 보수 진영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중도 표심을 가져올 수 있는 안 전 대표가 합류하지 않을 경우 확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 귀국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치 세력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 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재차 손을 내밀었다.
안 전 대표는 20일 오전 현충원을 참배한 뒤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다. 이후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와 본가가 있는 부산을 들를 예정이다. 서울 신촌역 부근에 사무실을 마련한 안 전 대표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