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가 19일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처음 폭로한 이탄희(42·사진) 전 판사를 열 번째 총선 영입 인재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을 책임질 법관 출신 인사”라고 밝혔지만, 법조계나 당내에선 ‘법복 정치인’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전 판사는 영입 행사에서 “지난 1년간 재야에서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한계를 느껴 제도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평범한 정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입당 계기와 관련해 “1년 내내 국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외쳤는데, 정작 나는 가지 않겠다고 하는 내 모습이 비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21대 국회에서 사법 개혁을 민주당의 핵심 과제로 삼겠느냐’는 요청에 흔쾌히 응낙한 당 지도부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고, 사법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2005년 사법연수원(34기) 수료 후 2008년 판사로 임용된 그는 2017년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 등 존재를 알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반려됐지만 사법농단 의혹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사퇴했고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뒤 사법 개혁을 위해 활동해왔다.
당 안팎에선 사법농단 사태 당시 역할을 했던 판사들의 정치권 입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 불신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남은 법관들에게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우는 일”이라며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표 낸 법관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한 의원도 “그들이 했던 (사법 개혁 관련) 말과 행동이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의원도 “사법부 내에서나 바깥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게 낫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태 당시 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았던 최기상 전 부장판사와 이수진·장동혁 전 부장판사는 정치권 영입 제안을 받고 법복을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법관 출신 인사 추가 영입과 관련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