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도 가는 안전지대… 고지대 폭설이 대형 눈사태로

입력 2020-01-20 04:03
17일(현지시간) 충남교육청 교육봉사단 소속 교사 4명이 휩쓸려 실종된 네팔 데우랄리지역. 같은 날 현장을 찾았던 전남지역 학생·교사들에 의해 촬영된 사진에는 엄청난 눈사태에 파묻힌 가옥 일부가 보인다. 전남교육청 제공

17일(현지시간) 충남도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소속 교사 4명이 실종된 네팔 데우랄리지역은 평소 안전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 ‘안전지대’로 알려진 곳이다. 사계절 날씨가 좋아 관광객과 트레킹족이 몰리는 곳으로, 초보자도 누구나 ‘경(輕)등반’을 할 수 있어 국내여행사의 히말라야 트레킹 관광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실종지점보다 훨씬 위쪽에 많은 눈이 내렸고, 이 눈이 쌓여있다 한꺼번에 무너져내려 대형 눈사태를 야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네팔에 와 25일까지 봉사활동을 하려던 교사들은 휴일을 이용해 트레킹에 나섰다 참변을 당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의 베이스캠프(해발 4130m)로 올라가기 위해 데우랄리(해발 3230m) 부근을 지나다 갑작스레 눈사태를 만난 것이다. 교사 9명 중 교사 4명과 네팔 현지 가이드 2명이 실종됐고, 뒤따르던 일행 5명은 급히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사고 사흘째인 19일에도 항공·육상 수색이 계속되고 있지만, 날씨가 계속 나빠져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5m 정도의 눈이 쌓인 데다 추가 강설로 또 다른 눈사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데우랄리는 어떤 산악인도 눈사태가 발생하리라 생각지 않는 비(非)위험지역”이라며 “그곳에 집중폭설이 내린 것 자체가 기상이변”이라고 전했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 등반만 30번 이상 다녀온 베테랑 산악인이다.

데우랄리~베이스캠프 트레킹코스는 70도 이상의 가파른 협곡을 따라 흙길로 조성된 길이다. 깎아지른 협곡 위쪽에 눈이 쌓이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 전 대장은 “눈과 습기를 흡수할 수 없는 바위층에 눈이 쌓이다가 더이상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전부 무너져 내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고발생 뒤 국내에 이곳이 눈사태 위험지역으로 지도상에 표기돼 있다고 잘못 알려졌는데 사실 산사태 위험을 안내하는 표시판이 없을 정도로 안전했다”고도 했다. 눈사태 위험지역은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 정상까지로 사고지점보다 500여미터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네팔 주재 우리 대사관에서 대책회의 중인 신속대응팀 관계자들 모습. 연합뉴스

이날 오전 귀국한 충남도교육청 교육봉사단 관계자도 “현지 날씨가 너무 좋아 사고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걸어 다니던 ‘평범한’ 산길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외교부 신속대응팀을 포함한 1차 선발대를 급파하는 등 실종자 구조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사고현장에서 대피한 교사 5명은 22일 귀국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신속한 구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실 실종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니 애가 탄다”는 글을 올렸다.

홍성=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