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혁신지수(World Innovation Index)’에서 한국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4년부터 6년 연속 1위에 올랐었지만, 올해는 독일에 밀렸다. 정부는 매년 ‘규제 혁신’ 등을 바탕으로 혁신성장에 속도를 붙이겠다고 말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블룸버그의 세계혁신지수에서 한국은 88.16점으로 독일(88.21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세계혁신지수는 국가의 혁신력을 종합 판단하는 지수다. 전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지출 집중도, 연구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첨단기술 집중도, 생산성, 교육 효율성, 특허 활동 등의 분야에 점수를 매겨 산출한다.
한국은 R&D 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첨단기술 집중도, 연구 집중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과 공공의 R&D 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R&D 집중도 분야에서 이스라엘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GDP 대비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율에서도 한국은 아일랜드 싱가포르에 이은 3위였다. 국내 상장기업 중 첨단기술 기업의 비중 등을 측정하는 첨단기술 집중도에서는 미국 프랑스 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인구 100만명당 R&D 전문인력 수를 측정한 연구 집중도에선 지난해 7위에서 5위로 두 단계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성과 교육 효율성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생산성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11계단이나 추락한 29위에 그쳤다. 한국의 생산성은 2017년 32위, 2018년 21위 등 줄곧 두 자릿수 순위권에 머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과 무관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노동시장의 경직성, 신(新)산업에 대한 규제 등으로 사회 전반에서 경직성이 높아진 게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점점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대학진학률과 노동인구 중 대졸자 비율, 노동인구 중 이공계 대졸자 비중 등을 종합 산출하는 교육 효율성 측면에서도 16위에 불과했다. 2018년만 해도 3위였지만, 지난해 7위로 내려간 데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임금 체계와 경제·사회 시스템 혁신 등을 모두 포함하는 ‘생산성 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및 정책과제’를 수립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