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갈등 커지는데 북한 외교라인은 강경파로

입력 2020-01-20 04:02
북한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됐다고 한다. 북한 외교의 또 다른 축인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도 해임됐다고 한다.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게 통보했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1인 독재 체제인 북한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자적인 영역을 인정받아온 부문이 외무성이다. 대외 부문의 전문성을 인정해 핵심 직책을 외교관이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상당한 파격이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평통을 이끌어 온 리선권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대미 업무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교관들의 신중하고 온건한 노선보다는 자신의 의중을 별 말 없이 바로 반영하는 인물을 골랐다고 볼 수 있다.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와 자력갱생을 선호하는 군부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극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8%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해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을 수 있다. 리선권은 미국과의 협상 경험도 없고 기본적으로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이다. 이런 사람을 외무상에 임명한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북·미 대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북한의 대미 입장도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생략한 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자력갱생을 공식화한 데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한이 이처럼 핵보유국 지위 강화, 중·러 의존, 자력갱생 입장을 굳혔다면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허용’ 추진은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닫히는 것을 막으려는 다급한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강경 노선으로 돌아선 신호가 이렇게 나오는 상황이라면 한·미동맹의 균열만 부르는 자충수일 수 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새로운 길을 착착 걸어가는 게 더욱 명확해졌다. 정부도 ‘희망적 사고’에 바탕해 전과 다름없는 비핵화 협상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대북 전략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