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 폐렴 환자 하루 새 17명 늘어… 춘제 대이동 비상

입력 2020-01-20 04:03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하루 사이에 17명이 늘었다. 특히 일부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어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 대이동이 이뤄지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우한 폐렴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민망 등에 따르면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위생건강위)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하루 만에 17명이 늘면서 전체 환자 수가 62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7일 추가 확인된 환자는 남성 12명, 여성 5명으로 연령대는 30~79세 사이다. 60세 이상이 8명, 60세 미만은 9명으로 이들 중 3명은 중증이다. 이들은 모두 폐렴 증세를 보였다.

특히 위생건강위는 일부 환자의 경우 진원지인 화난수산시장과의 접촉 이력이 없다고 밝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위생건강위는 지난 15일 “명확한 증거가 없지만 제한적인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며 각국 보건 당국의 철저한 검역을 당부했다.

앞서 일본 거주 중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에 감염됐으나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여성도 ‘우한 폐렴’에 걸렸으나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하지 않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화난수산시장에서 일하는 남편이 먼저 폐렴에 걸린 뒤 부인이 감염된 사례도 있었다.

전염 속도도 우려를 자아낸다. 한동안 41명에 머물렀던 폐렴 환자 수는 전날 4명 늘었고, 이날 17명이나 증가했다. 불과 이틀 만에 21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한 폐렴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발표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MRC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공식 발표보다 40배 정도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중국 국내외에서 보고된 감염자 수와 우한 인구, 공항 규모 및 여행객 수, 잠복기 등을 감안한 결과 지난 12일 기준 총 1723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남부 선전에서 2명, 동부 상하이에서 1명 등 우한 폐렴 의심 사례가 발생해 격리 상태로 치료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한 폐렴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 질병관리센터는 ‘우한 폐렴 5대 유언비어’라는 글에서 “우한 폐렴이 신형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라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며 “보건 당국이 환자 수를 축소해 공개하고 있다는 소문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의 검역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등에서 우한에서 입국한 승객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CDC는 우한에서 출발한 승객들의 증세를 검사해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은 지정된 의료시설로 옮기기로 했다. CDC가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던 2014년이 마지막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