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및 군사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 미국이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군사 옵션을 고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미가 ‘불바다’와 ‘화염과 분노’ 등의 설전을 벌이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 체류하는 미국인 수십만명을 조기 대피시키는 계획도 검토했지만 북한의 오판을 우려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사진)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19일자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3만4000명이 한국에 집결하고 한국군 62만명도 함께 즉응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며 “미군은 선제공격과 단독공격을 포함한 모든 군사행동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해 9월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경고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증폭됐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국가들이 한반도 상황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각국 대사들에게) ‘우리의 목적은 전쟁이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각을 바꾸고 외교적 노선을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당시 미 정부 당국자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이 시작될 경우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조치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 전쟁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해 보류했다고 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운 상황이었다”며 “둘 다 원치 않더라도 오판으로 전쟁에 이를 수 있어 심사숙고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로 방향을 튼 이유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 연기를 꼽았다. 그는 “합동 군사훈련을 올림픽 뒤로 미루면서 올림픽은 큰 성공을 거뒀다”며 “그것이 북·미 대화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이 실패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2017년과 달리 북·미 당국자 간 대화 채널이 존재한다”며 “김정은은 대화의 길을 닫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 북·미 지도자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올바르게 압박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김정은의 언동에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군사적으로 강화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