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 폭발 후 그들이 없어져” 트럼프, 생중계하듯 제거작전 묘사

입력 2020-01-20 04:03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정치자금 후원자들과의 만찬에서 이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입수한 녹음 파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후원자 초청 저녁식사 자리에서 “솔레이마니는 길거리 폭탄의 아버지”라고 지칭한 뒤 “솔레이마니는 다리나 팔이 없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드론 공습을 받기 2주일 전에 그에 대한 감시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는 ‘우리는 미국인들을 죽일 것이다’와 같은 나쁜 말을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미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이런 쓰레기 같은 얘기들을 얼마나 더 들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고위 간부가 실시간으로 보고한 솔레이마니 제거작전 상황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이제 살아있을 시간이 2분11초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이 장갑차량에 있다. 이제 그들이 살 수 있는 시간은 1분 정도다. 30초, 10, 9, 8…, 그러다가 갑자기 꽝하는 폭발음, 그들은 없어졌다”라고 전했다. 생중계하듯 미군 간부가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WP는 그러나 이번 발언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 명분으로 내세웠던 ‘임박한 위협’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사망하기 전에 이란이 미국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고 주장하면서 솔레이마니 사살을 정당화했다.

WP는 또 입수한 녹음 파일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 적자에 무관심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2조5000억 달러(약 2897조원)를 들여 국방을 강화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도대체 누가 예산에 관심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WP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예산을 중시하고 재정 적자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이런 기류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동물을 죽여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당신은 방울뱀들을 죽일 수 있다”면서 “방울뱀을 다 죽여도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그동안 무분별한 건설 사업 탓에 거북이와 방울뱀 등의 둥지가 망가져 개체 수가 줄어든다고 지적해 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