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국회의 마지막 할 일, 경찰 개혁

입력 2020-01-20 04:0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이 통과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이 완료됨으로써 검찰 개혁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졌다. 그 결과 경찰의 권한은 훨씬 커졌다. 이렇게 비대해진 권한을 분산하고,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경찰 또한 지금의 검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화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개혁 못지않게 경찰 개혁이 중요한 이유다.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은 불가분의 관계다. 검찰 개혁과 함께 경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 개혁 의미는 반감된다. 검찰 개혁의 근본 취지는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런 취지와 달리 경찰이 비대해진 권한을 마구 휘두를 경우 국민들 입장에선 주체가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없다.

권한이 커지면 완장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검찰이 그랬다. 경찰이 검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권한 분산과 민주적 통제 강화는 필수다. 이를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꾸준히 논의돼 왔다. 국가수사본부(또는 국가수사처) 설치도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는 전국 단위 수사가 필요한 중대 범죄들을 취급하는 기관으로 미국 FBI(연방수사국), 영국 NCA(국가범죄수사국)와 유사한 조직이다.

검찰 개혁 작업이 일단락된 만큼 경찰 개혁을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미 국회에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 정보경찰 역할을 제한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없진 않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할 만큼 여야 간 이견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 검찰 개혁으로 시작된 수사 구조 개편의 마무리를 위해서도 경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21대 총선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2월 임시국회는 불가피하다. 20대 국회에서 수사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수사와 정보를 모두 거머쥔 공룡경찰의 탄생을 막는 마지막 기회마저 저버린다면 역사가 20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할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