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 왕자 부부, 특권 내려놓고 서민 삶 산다

입력 2020-01-20 04:07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지난해 5월 8일 첫 아이 아치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앞서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왕세손비 부부는 출산 직후 병원 앞에서 아이를 공개했으나 해리 왕자 부부는 출산 이틀 뒤에야 취재진 앞에 섰다. AP연합뉴스

최근 영국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한 해리(35) 왕자와 메건 마클(38) 왕자비가 올봄부터 왕실 직책을 공식적으로 내려놓고 서민의 삶을 살게 됐다. 이들이 왕실 공무를 수행한 대가로 받았던 각종 재정지원은 중단된다.

엘리자베스 2세(93) 여왕이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왕실 내 합의 사항에 대해 밝혔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성명에 따르면 해리 왕자 부부는 더 이상 왕실의 공식 구성원으로서 ‘전하’의 호칭(HRH titles) 등과 각종 작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리 왕자는 2018년 5월 결혼하면서 여왕으로부터 서식스 공작(Duke of Sussex), 덤바턴 백작(Earl of Dumbarton), 카이킬 남작(Baron Kilkeel) 작위를 받았다. 이후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각각 서식스 공작과 서식스 공작부인이라는 공식 호칭으로 불려왔다. 해리 왕자의 모친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찰스 왕자와 이혼하면서 왕족 호칭을 박탈당했다. 다만 해리 왕자는 왕자로 태어난 만큼 ‘왕자(prince)’ 호칭은 계속 사용된다.

해리 왕자에 앞서 왕실 호칭을 거부한 전례도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외동딸 앤 공주는 배우자에게 작위를 내리겠다는 여왕의 제안을 거부했다. 자녀들을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며 아들과 딸에 대한 여왕의 칭호 제안도 거부한 바 있다.

해리 왕자 부부에게는 재정지원도 중단된다. 현재 부부의 자택으로 사용 중인 윈저성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리모델링하는데 들어갔던 240만 파운드(약 36억원)의 재정 지원은 반납하기로 했다. 대신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에 머무를 때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계속 사용한다.

여왕은 성명에서 “몇 달간의 대화와 논의를 통해 우리는 내 손주와 그의 가족을 위한 건설적이면서 협력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버킹엄궁은 다만 그들이 여왕의 허락하에 개인적인 후원과 연계는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경호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밝히지 않았다.

앞서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지난 8일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고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 전문가이자 전기 작가인 페니 주니어는 이번 결정이 “왕실이나 해리 왕자 모두에게 이득”이라면서 “해리 왕자 부부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여왕의 축복까지 받았다. 좋은 해결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캐나다 밴쿠버에서 거주하려 했던 해리 왕자 부부의 계획은 반대 여론 탓에 다소 불투명해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