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논의를 위해 출범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출범 1주일 만에 “위원장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새로운보수당은 그간 박형준 위원장과 위원 선임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왔는데, 일부 위원 사퇴로 봉합되는 듯했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새보수당은 통합 논의에 더는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지상욱 새보수당 수석대변인은 16일 “박 위원장이 중립성을 위반했다.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새보수당이 통합에 속도를 내자는 명분을 내세워 자유한국당과 별도의 통합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박 위원장이 “적절치 않다”고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혁통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혁통위에서 통합 문제를 집중하는 게 좋고, 별도의 당 대 당 논의는 혁통위를 약화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혁통위 멤버인) 김상훈 한국당 의원과 정운천 새보수당 의원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한국당이 별도의 통합협의체 구성에 응답하지 않으면 통합 논의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새보수당의 양당 통합협의체 구성 제안에 신속히 응하기 바란다. 한국당이 새보수당과의 양자 대화에 계속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한국당을 반(反)통합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고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혁통위는 일부 불만이 있더라도 통합 논의는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혁통위 관계자는 “여러 위원이 모인 만큼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보수통합이라는 큰 흐름은 끊기지 않을 것”이라며 “각 당의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김형오(사진)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간 통합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관위원장 임명을 미뤄왔는데, 일단은 절차를 진행하되 통합 당사자들과 논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통합은 통합대로 추진하고, 총선 준비를 위한 일정은 그대로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며 “통합이 이뤄지면 공관위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서 통합 관련 부분을 고려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공관위 발족이 통합에 장애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한국당이 공관위원장을 지금 선임하지 않으면 공천의 행정적 절차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해 왔다”며 “앞으로 공관위원 구성이나 공천 심사와 관련한 사안 진행은 통합 과정과 연동돼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