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무상 “사법제도 공정”… WSJ에 반박 기고 내며 안간힘

입력 2020-01-17 04:04
사진=AF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탈주극을 계기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본 사법제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적극 변론에 나섰다. 모리 마사코(사진) 일본 법무상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본 사법제도는 피의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기고를 게재했다. 앞서 지난 2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사법제도를 비판한 WSJ의 칼럼에 대한 반박성 글이다.

모리 법무상은 “WSJ 칼럼은 일본의 형사 사법제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유죄율이 높은 것은 충분한 증거가 있는 사건만이 기소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 전후 묵비권 행사나 변호인 입회, 보석, 배우자 접견 등 피의자 권리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리 법무상은 앞서 곤 전 회장이 지난 9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연 직후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반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당성을 주장하는 당시 회견에서도 “곤 피고는 (일본) 사법의 현장에서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모리 법무상은 이후 발언을 정정했지만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은 “유죄를 증명하는 건 검찰이고, 무죄를 증명하는 건 피고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사법제도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니 당신(모리 법무상)이 틀린 건 이해할 수 있다”고 비꼬았다.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로저 위커(미시시피) 상원 상무위원장은 곤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됐다 풀려난 그레그 켈리 전 닛산 사장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의 행동은 켈리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곤 전 회장 수사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에게 수차례 개선을 요청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론인과의 신년 모임에서 일본의 수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일본 사법제도에 대해 ‘인질사법’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일본에서 곤 전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유명 변호사 2명이 사임했다고 일본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의 일본 변호는 변호사 3명이 계속 맡을 예정이지만 재판 당사자인 곤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탈주함에 따라 향후 재판 일정은 불확실하다. 도쿄지법이 곤 전 회장 재판을 함께 기소된 다른 재판들과 분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켈리 전 사장과 닛산 법인의 첫 공판은 이르면 오는 4월 열릴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