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개선 모색 필요하나 일방 추진은 한·미 갈등만 부추길 우려…
국제 공조 유지하며 협력의 길 열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 대화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남북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5일 한 모임에서 금강산 관광의 발전 및 동해안 일대 남북 공동관광지대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강경화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사업과 대북 제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돌아온 데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 5대 남북 협력 사업을 제안했는데 관광 분야에서 물꼬를 트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는 것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북·미 대화가 장기간 교착상태이고 북이 경제건설·핵 병진 노선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도가 남북 교류협력 재개로 이어지고 북·미 대화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관계 개선 시도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균열을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후 “미측에서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백악관과 국무부 쪽에서는 유엔 회원국들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대부분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와 연관돼 있어 미국이 반대하면 성사되기 어렵다. 미국과 엇박자를 감수하면서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크고 사상누각이라는 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북·미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한·미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위험 요소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도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도 남북 협력의 길을 열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설] 남북 협력사업 추진 신중 기해야
입력 2020-01-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