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근 삼보다 산뜻한 ‘새싹삼 샐러드’… 입맛따라 삼도 변한다

입력 2020-01-17 04:08
귀농인 장시문(왼쪽)씨 부부가 15일 충북 영동군 매곡농장에서 새싹삼의 씨앗이 되는 ‘미삼’을 화분에 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새싹삼이 자라고 있는 화분들이 150평 비닐하우스 안을 가득 채운 모습. 롯데마트 제공

“나이 많은 사람 생각엔 삼(蔘)이 최고였던 거죠.”

귀농 5년차 장시문(65)씨는 15일 충북 영동군 매곡농장에서 새싹삼을 경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농장 시설물은 150평 비닐하우스 두 채와 냉동창고로 단출했다. 장씨는 최대 12만 뿌리의 새싹삼을 심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 내부를 안내하며 고난의 세월을 회상했다.

장씨는 2015년 부인 정은순(60)씨를 설득해 고향에 내려와 새싹삼 경작을 시작했다. 새싹삼은 인삼의 미삼(잔뿌리)을 종자 삼아 심고 다시 20~30일을 집중적으로 키워낸 것을 말한다. 고년근(4~6년근) 인삼보다 뿌리에 함유된 사포닌 등 주요 영양소는 부족하지만 줄기와 잎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 특히 인삼을 달여 먹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새싹삼을 샐러드에 버무려 먹거나 쌈밥, 비빔밥 등과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장씨도 처음엔 새싹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고소득 작물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그런데 직접 경작해보니 습도와 온도, 일조량 등 생육조건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매년 수천만원씩 손해본 끝에 지난해부터 안정적인 생산방식을 터득했다.

장씨 부부는 매년 3월 대량의 미삼을 사들인 후 우선 냉동 보관한다. 두 사람은 이 과정을 ‘잠재운다’고 표현했다. 정씨는 “사들인 삼을 안 재우면 (심기도 전에) 그냥 다 커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해동, 오존 살균, 초음파 처리 후 세척한다. 그러면 하우스 내 화분에 30~40뿌리씩 옮겨 심는데 이때부터 특별히 제작된 비닐하우스가 새싹삼에 맞춰 빛과 온도, 습도를 잘 조절해 20~30일 후 출하한다.

최근 장씨 부부가 힘들어하는 것은 판로다. 인삼은 다른 농작물에 비해 유통경로가 제한돼 있어 판로를 뚫는 게 최대 관건이다. 처음엔 소량이나마 인터넷 장터에 내다 팔았지만 최근 경쟁이 치열해져 그나마도 어려워졌다. 새싹삼을 심을 화분은 3000여개로 한 번에 12만 뿌리를 키울 수 있지만, 이날도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

대형마트와 함께 설 선물세트를 만들기로 하면서 고민은 조금이나마 해결됐다. 롯데마트 측은 설 연휴를 맞아 새싹삼 45뿌리를 담은 설 선물용 1500세트를 판매한다. 장씨의 이름과 사진이 전면에 박혔다. 마트에서도 새싹삼 선물세트는 처음이다. 롯데마트 MD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설 선물세트 품평회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그래도 롯데마트는 소비자 취향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3년간 인삼 등 약초 원물경쟁력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인삼을 직접 달여 먹는 대신 업체가 가공한 건강식품을 먹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 뿌리부터 잎까지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 새싹삼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윤원상 롯데마트 MD는 “명절 임박해서 막판에 고를 수 있는 상품으로 어필하려 한다”며 “앞으로는 조금 더 간소하게 세트를 구성해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동=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