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집안의 기둥으로 몸 혹사하다… 주님과 동행하며 무거운 짐 벗어

입력 2020-01-20 00:09

초등학교 고학년 때 4살, 3살 차이인 동생들이 숙제를 안 해오거나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아 울면서 우리 교실로 찾아오면 나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해결해주는 맏이였다. 그러다 부모님이 별거하면서 그 충격에 머리를 삭발할 정도로 사춘기에 심한 방황을 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불타올랐지만 어머니와 동생들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대학까지 포기하고 친구들과 인연도 모두 끊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풍요롭진 않았지만 두 동생은 원하던 대학을 졸업하고 둘째는 유학, 막내는 대학원까지 마치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는 늘 내게 고마워하며 칭찬하셨지만 나는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 생각했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 됐다.

집안이 안정되자 내 일을 찾아 제과 제빵에 도전했다. 속성반 학원에서 3개월 만에 두 개의 자격증을 따고 어느 제빵점에 취직했다. 사장님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 감사했고 일도 적성에 맞았다.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재료와 도구를 집에 가지고 가서 밤새 연습해 3년 만에 제과점의 모든 것을 마스터하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에 입사했다. 새벽에 가장 먼저 출근해 내 일을 마치고 다른 파트까지 도우며 미친 듯이 일했다. 전국 제과인 경연에서 입상해 특별수당을 받고 승진도 하며 달려갈 때 두통 등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때 식사도 못하고 겹치는 피로에 자주 병원에 드나들다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8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춘천으로 내려왔다.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건강이 조금 회복되자 또다시 현장으로 뛰어들어 몸을 혹사하기 시작했다. 혼자 14시간 넘게 일해서 해마다 위생 점포로 선정되고 큰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좋아하던 일의 기쁨이 서서히 사라졌다. 이 무렵 어릴 때 함께 교회에 다녔던 친구가 찾아와 복음을 들려줬다. ‘이 친구는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 같은 하나님을 믿는데 왜 저렇게 기쁘고 확실할까?’ 너무 궁금해 친구를 따라 작은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어느 예배 때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책에 기록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예수님의 부활은 내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성경대로 죽으시고 성경대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역사적 사실임이 정확히 인지됐다.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였다. ‘아! 이 모든 것들이 실제였구나! 정말 다 이루셨구나!’ 부활은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놀랍게도 내 믿음은 이상에서 실제로, 추상적이던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 변화됐다. 내 멋대로 살았던 죄를 담당해 주시려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시고 부활해 나의 주인이 돼 주셨는데도 그분을 믿지 않았던 죄가 선명히 비춰져 바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정말 가슴이 벅차고 떨렸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 사람들의 진정한 가족 공동체를 보여주셨다. 아이들을 무척 싫어했는데 수련회 때 유치부실 스태프로 봉사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했다.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었지만 하나님께서 영혼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셔서 하나하나 다시 만나며 복음을 전하는 최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믿지 않는 둘째 동생 식구들에게 부활의 복음을 전했는데 어린 조카들이 역사책에 기록돼 있는 예수님을 확인하며 “이모! 그럼 예수님이 지금도 살아계신 거네요.”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나와 동행하시며 새 힘을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수고하고 무거운 모든 짐을 맡아주시고 기쁘게 살게 해주신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박혜정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