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해” 이해찬 발언 또 논란

입력 2020-01-16 04:01

총선을 90일 앞둔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노골적인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2018년에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난받은 적이 있어 장애인에 대한 이 대표의 인식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에 버금가는 사안으로 보고 4·15 총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TV의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사진)에 출연했다. 문제의 발언은 강선우 전 부대변인과 당 청년 총선기획단 위원인 유튜버 황희두씨가 이 대표에게 인재 영입 관련 질문을 던졌을 때 나왔다.

황 위원이 ‘인재 영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가장 먼저 영입 인재 1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꼽았다. 최 교수는 발레리나의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 장애인이 됐다. 이 대표는 “최 교수 같은 경우 만나보니까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몰랐는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라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에 더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심리학자에게서 들었다”고 설명했다.

발언이 공개된 뒤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해당 동영상을 곧바로 내렸다. 이 대표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인용 자체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장애인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하며, 차후 인용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표의 장애인 관련 설화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대표는 또 지난 9일 경력단절 여성인 홍정민 변호사 입당 기자회견 때 “제 딸도 경력단절 기간이 있었는데 열심히 뭘 안 한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여성단체 등에서는 이 대표가 경력 단절 문제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 문제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커지고 있어 민주당 총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004년 노인 폄하 발언으로 비난 여론이 커졌을 때 발언 당사자인 정동영 당시 의장은 당 선거대책위원장에서 전격 사퇴했다.

한국당은 이 대표를 맹비난했다. 박용찬 대변인은 “이 정도면 삐뚤어지다 못해 부러진 인식이다. 뼛속까지 장애인 비하가 몸에 밴 것”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고 정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