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석연찮은 국민청원 반송 소동

입력 2020-01-15 18:49 수정 2020-01-15 21:26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권 침해’ 국민 청원 관련 문서를 반송한 것과 관련해 실무자의 단수 착오로 비슷한 공문이 중복 발송돼 이 중 하나만 폐기한 것이라고 15일 해명했다. 청와대가 인권위에 보낸 최초의 공문,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고, 인권위의 조사를 바란다’는 청원 내용을 담은 비서실장 명의의 공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라지만 왜 청와대가 인권위에 비슷한 문건을 두 차례나 중복해 발송했는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는 지난 7일 인권위에 국민청원 답변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협조 공문’을 보낸 뒤 8일 회신을 받아 9일 답변을 작성했다. 답변은 13일 공개됐다.

하지만 9일 ‘이첩’이라는 표현을 담은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공문이 실수로 인권위에 발송됐고, 청와대는 이를 폐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13일 폐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식으로 보내 달라고 했고, 청와대가 해당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폐기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1월 9일에 잘못 전송된 공문이 있어서 그것을 그날 폐기처분해 달라고 인권위에 요청했고, 양쪽 간 폐기처분하기로 (구두로) 얘기가 됐다”며 “그런데 1월 13일에 폐기처분 요청을 공문으로 보내 달라고 해서 그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3일 조 전 장관 인권 침해 청원인과 동참한 국민의 청원 내용을 담아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반송’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청와대는 ‘반송’이 아니라 중복 송부된 공문 중 하나만 폐기했고, 애초의 공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인권단체들은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전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위는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며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 발송 그 자체로 인권위에 대한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