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허가제’까지 들먹… 靑 참모들 잇단 부동산 말폭탄

입력 2020-01-16 04:05
김상조(왼쪽)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한 모습. 김 실장과 강 수석은 15일 각각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부동산 정책 관련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자 청와대 참모들이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언급하면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지만 부동산시장에 대한 ‘말폭탄’식 엄포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청와대 참모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CBS 라디오에 나와서 “아직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겠지만 특정 지역에 대해,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도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매매가 단순한 살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거의 투기이기 때문에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런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허가에 시일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반려될 수도 있어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등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주택거래허가제’라는 이름으로 도입이 검토됐지만 사유재산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고, 차선으로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됐다. 거래대상자의 인적사항, 계약 체결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제출하는 주택거래신고제는 2004년 3월부터 시행된 뒤 2015년 7월에 폐지되었다 2018년 8월 다시 시행됐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사전에 검토해서 정책으로 하지도 않았다”며 “부동산 관련해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도 매매 허가제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주택거래 과정에서 자금 조달 과정 등을 꼼꼼히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아니더라도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모든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KBS 라디오에 나와 “경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 메뉴를 지금 제가 다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대출 규제 등을 망라한 12·16 부동산대책) 부동산정책 발표에 (카드를 다) 소진한 게 아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금 거품이 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단순한 안정화가 아니라 일정 정도 하향 안정화 쪽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끝까지 이것은 최우선 과제로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도 “9억원 이상, 15억원 이상 등 두 단계로 제한을 둔 대출 기준을 더 낮추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대책이 나오면 상당 기간 효과가 나타나지만 결국 다른 우회적인 투기 수단을 찾아내는 게 투기 자본의 생리”라며 “정부는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