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비중 전국 최고인 제주도 ‘가사는 여전히 여성 몫’ 인식 팽배

입력 2020-01-16 04:08

맞벌이 가구 비중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제주지역에서 여전히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는 식의 가부장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가사부담이 남성보다 훨씬 클 뿐 아니라 여가시간도 적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평등 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드러난 제주사회의 성평등 수준은 4점 만점에 2.29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조사 결과 ‘만 9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구’에서 아이를 주로 돌보는 사람은 엄마(79.6%)였으며, 아빠(4.1%)는 외조모·친조모(8.2%), 돌보는 사람 없음(5.1%)보다 더 후순위였다.

만 9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구에서 여성의 근무시간 (8.3시간)이 남성(9.3시간)보다 적었지만, 가사 시간(2.5시간)은 남성(1.3시간)보다 2배가량 길었다. 자녀 돌봄 시간도 여성(3.0시간)이 남성(1.7시간)보다 많았다.

여가시간(2.4시간)도 남성(3.7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자신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월평균 금액이 얼마냐’는 설문조사에선 남성은 61.3만원, 여성은 41.1만원이었다. 전체적으로 여성은 가사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자신을 위한 투자는 남성보다 적은 셈이다.

우선 개선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는 1순위가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37.8%, 중복응답), 2순위가 ‘대중 매체의 성차별·편견·비하 문제’(20.1%)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제주지역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23일~8월 11일(설문조사)과 11월 1~17일(심층 면접) 이뤄졌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했으며, 문항은 성 역할 인식, 영역별 성 평등 실태, 성 평등 정책 수요 등 40여개로 이뤄졌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맞벌이 가구 및 1인가구 고용현황’에 따르면 제주지역 맞벌이 비율(61.5%)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46.3%를 압도적으로 넘어섰고, 2·3위를 기록한 전남(57.5%)·충남(55.5%)과도 큰 격차를 나타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