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피해 입고 축구 및 배구 국가대표팀도 경기 때 수모를 당했다.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 얘기다. 통상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인식돼 온 한국인들이 가해자가 됐다. 더구나 한국이 좋아 귀화까지 하며 태극 마크를 달고 국위 선양에 앞선 선수에게 자행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 센터 라건아(31·전주 KCC)는 14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에게 온 개인 메시지를 캡처해 게재했다.
라건아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한 팬이 영어로 “돈은 많이 받는데 너무 못한다”며 “한국에서 꺼져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라건아 가족을 향해 심한 욕설을 했다. 라건아가 “고맙다”고 무시하자 “깜둥이(nigger)”라고 비아냥댔다. 라건아는 “매일 한국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며 “보통은 차단하지만 매일 이런 것들을 견뎌야 한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미국 출신인 라건아는 2012년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이름으로 프로농구(KBL)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외국인 선수로 입단했다. 2018년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귀화 전 가진 인터뷰에서 라건아는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미국과 달리) 마약도 총도 없고 우리 가족 모두 안전하게 살 수 있어 (한국이) 더 좋다”고 말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소개란에는 태극기가 올라 있다.
라건아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대표팀 선수로 나서서 매경기 걸출한 기량을 선보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도 평균 20.12점으로 득점 순위 3위에 오를 정도로 대표팀과 소속팀 모두에서 핵심 선수로 뛰고 있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위에 시달렸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 러시아와의 예선전에서, 남자축구 대표팀은 2017년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각각 상대방으로부터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세리머니’ 행위를 겪었다. 손흥민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수차례 다른 팀 팬들에게서 ‘개고기’를 운운하는 식의 발언을 들었다. 이 같은 추태를 겪은 한국인이 정작 귀화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저지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식 농구대표팀 감독은 15일 “인종차별 발언은 선수의 상황이나 실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잘못된 일”이라며 “대표팀이나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라건아가 상처 받지 않고 잘 극복해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