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66.8%역대 최고지만… 구포자도 23만명 ‘최다’

입력 2020-01-16 04:03
사진=권현구 기자

지난해 고용률(15~64세)이 66.8%로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고용시장은 ‘30·40대’ ‘제조업·자영업’보다 ‘20·60대’ ‘단기 서비스’라는 특징을 보였다. 경기 부진으로 전통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실종됐고, 그 공백을 정부의 재정 일자리와 복지·음식·숙박 서비스업 일자리 등이 채웠다. 연령과 산업별로 고용 상황이 극단으로 갈리다 보니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구직포기자’ 또한 23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보였다.

통계청은 15일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지난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0만1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기준 60.9%로 1997년 이후, 15~64세 기준 66.8%로 198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연령·산업별로 세부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극명하게 달랐다. 고용은 주로 20대와 60대의 서비스업 단기 일자리가 견인했다. 60세 이상은 전년 대비 취업자가 37만7000명이나 늘었다. 이는 196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정부가 ‘돈’을 풀어 만든 노인 일자리가 61만개에 달했다. 여기에다 고령층도 적극적으로 민간 일자리를 구했다. 수요가 증가하는 복지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고령층의 취업이 이뤄졌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6만개 늘었다. 이 또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20대에서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일자리 부진이 다소 풀렸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일자리는 전년 대비 6만1000개 늘었는데, 2016년(9만6000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20대 일자리는 4만8000명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지난해 ‘서비스업 종사자’는 14만7000명이나 늘었다. 1년새 증가 폭만 놓고 보면 2013년 관련 통계를 뽑은 뒤로 가장 큰 규모다. 다만 20대와 60대 일자리 가운데 고용이 불안한 ‘단기 일자리’가 많다. 지난해 1~17시간 취업자는 전년 대비 30만1000명 늘었다. 198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서비스·단기 일자리가 급증하는 동안 제조·건설·자영업 일자리는 추락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4년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 일자리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 ‘감소세’로 전환했다. 자영업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지난해 11만4000명 사라졌다. 1998년(-24만7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대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1000명 증가하며, 2001년(10만2000명)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이들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40대는 직격탄을 맞았다. 40대 일자리는 16만2000개 사라졌는데, 이는 1991년(26만6000개) 이후 최대 규모다.

고용시장 흐름이 극과 극으로 달리면서 ‘쉬는 인구’도 늘고 있다. 취업을 못 하고, 실업자가 된 상태에서 구직활동마저도 포기하는 경우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 가사, 재학, 심신장애 등이 아닌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인구는 30만900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그냥 쉬는’ 인구는 23만8000명이나 됐다. 모두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다.

구직포기자 급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들이 각각 시작·종료 시점을 달리하면서 60대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아졌다. 일자리 사업이 끝난 뒤에 취업에서 실업 상태로 있다가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원인은 40대다. 40대는 취업자가 감소하는 동시에 실업자도 줄었다. 통상 실업이 줄면 취업이 늘어야 한다. 이 얘기는 40대의 경우 실업자가 됐는데 구직활동조차 못 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추락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4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4만1000명 늘었다. 이 수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