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에 관여한 북·중 업체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북한 노동자를 추방토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조항이 지난해 말 발효됨에 따라 미 행정부 차원에서 이행 독려를 위해 독자 제재를 부과한 것이다.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제재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4일(현지시간) 북한 평양 소재 남강무역회사와 중국 내 숙박시설인 베이징숙박소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OFAC는 “북한 정권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불법으로 노동자를 해외로 송출해 수익을 얻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북한의 노동자 송출 관행에 협력한 북한 무역 업체와 중국 숙박시설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FAC에 따르면 남강무역회사는 북한 노동당과 정부가 노동자 해외 송출로 수익을 얻는 데 관여했거나 책임이 있는 북한 업체다. 2018년 기준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 북한 노동자를 송출하고 관리했으며 여권 및 비자 발급, 현지 고용 등을 주선하고 수익금을 북한으로 송금하는 역할도 맡았다. OFAC는 수익금 중 일부가 북한 정권으로 직접 송금됐다고 밝혔다.
함께 제재 명단에 오른 베이징숙박소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숙박시설로 남강무역회사와 남강건설에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강건설도 북한 노동자 송출 문제로 2016년 12월 미국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올랐다. OFAC는 베이징숙박소가 남강무역회사 소속 노동자의 송출과 귀환에 관여했으며 노동자의 수익금을 북한으로 송금하는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남강무역회사와 베이징숙박소는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OFAC는 설명했다. 제재 대상 업체를 통해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일 경우 미 행정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어서 고용 억제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했다. 2397호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자국 영토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를 결의 채택 시점으로부터 24개월 안에 추방토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행 기간이 지난해 12월 22일 만료돼 북한 노동자 고용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OFAC는 “미국 및 유엔 제재의 이행과 집행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